Kearney Insight

전기차 전환의 재조정: 완성차 업체와 공급업체는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2026.04.02

 

전기차(EV)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새로운 현실 속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승부의 핵심이 될 것이다.


1. 전환의 갈림길에 선 자동차 산업

 

지난 수년간 완성차 업체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본 투자, 공장 전체의 설비 전환, 내연 기관(ICE)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공격적인 로드맵 발표 등 전동화(Electricfication)에 대한 과감한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이 예상만큼 전동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보조금을 줄이고 있고, 전환 타임라인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 지역별 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

 

북미와 유럽
 

북미의 경우, 배터리 전기차(BEV) 생산 비중 전망치가 2023년 51%에서 2025년 34%로 급락했다. 이는 연간 약 270만 대의 생산량이 증발한 것과 같다. 유럽 역시 같은 기간 64%에서 48%로 대대적인 하향 조정을 겪었고, 이는 약 324만 대의 물량 감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수치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OEM)부터 전기차 혁명에 사활을 걸었던 영세 공급업체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생태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재조정이다.

 

▶ 북미 및 유럽 시장 내 전기차(EV)생산 비중 하향 조정


 

중국
 

반면 중국은 타 지역을 압도하는 수요를 보이며 밝은 전망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장거리 하이브리드 차량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진다. 지난 1년간 EREV 판매량은 79% 증가한 120만 대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은 76% 증가한 340만 대를 기록했다. 반면, 순수 전기차(BEV) 판매량은 23% 증가한 630만 대로 비교적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소비자들은 전동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지만, 순수 배터리 성능보다는 유연성과 주행거리를 우선시하며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는 북미산 차량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진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북미 OEM들이 판매량과 수익 목표를 달성하려면 훨씬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 중국 시장 내 안정적인 전기차(EV) 생산 지속


그 외 지역에서는 인프라 격차, 높은 비용, 낮은 수용도가 전망되어 BEV 성장 동력이 미미한 상태다.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저비용 대안이 실현 가능해질 때까지, 선진 시장의 기술 발전과 무관하게 이들 지역의 전기차 전환은 느리게 진행될 것이다.

 


2. 소비자  망설임: 전환을 늦추는 핵심 요인

 

북미 지역에서 BEV 보급이 지체되는 이유를 파악하려면, 표면적인 관심이 아니라 실제 구매 행동을 살펴봐야 한다. 소비자들의 우려는 크게 3가지다. 가격, 주행거리, 그리고 충전 인프라의 신뢰성이다. 2025년 2월 J.D. Power의 연구에 따르면, 2024년 4분기에 공공 충전소를 방문한 미국 BEV 운전자의 20%는 충전소 고장, 장비 결함, 긴 대기 시간, 결제 오류 등으로 인해 충전에 실패했다. 예비 구매자들에게 이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구매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다.
 

이 영향은 소비자 인식 데이터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잠재적 차량 구매자의 51%는 충전소 부족을 BEV 고려의 장애 요인으로 꼽았고, 49%는 충전 소요 시간을, 47%는 1회 충전당 제한된 주행거리를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는 어떤 광고로도 극복할 수 없는 실제 인프라의 격차를 반영한다. 견고한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무엇보다 그 네트워크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쌓는 일은 수년이 걸리는 과제로 남아 있다.

 


3. 정 책 변화: 보조금 시대의 종료

 

미국에서는 소비자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 여건 또한 BEV에 매우 불리하게 변화하고 있다. 2025년 7월 통과된 '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로 인해, 신규 전기차 7,500달러, 중고 전기차 4,000달러에 달하던 연방 구매 세액 공제 혜택이 2025년 9월 30일부로 종료되었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 보조금 역시 2026년 6월에 만료될 예정이다. 이러한 보조금이 사라지면 보급형 전기차 가격이 실질적으로 상승하여,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확보에 필수적인 대중 시장(Mass-market)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전히 소비자의 60%가 전기차를 ‘매우‘ 또는 ‘어느 정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구매 비용 상승은 가격 민감도가 높은 대다수 소비자층의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다.

 

결정적으로 OBBBA는 단순한 보조금 폐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자동차 업체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전략을 전면 재조정하게 만드는 정책적 전환이다. 해당 법안은 연방 배출가스 및 연비 규제 기준을 완화하여 전기차 생산 가속화에 대한 규제 압박을 낮췄다. 이와 동시에 소위 ‘배터리 벨트’ 라 불리는 미국 내 신흥 배터리 생산 지역에는 재정 지원을 유지했다. 이로써 전기차 수요 보조금은 사라지는데 생산 인프라 지원은 계속되는 기묘한 역설이 발생했다.
 

그 결과, 로듐 그룹(Rhodium Group)에 따르면 미국의 예상 배터리 생산 능력은 수요 대비 2배~7배까지 초과할 수 있으며, 이는 과잉 설비와 공장 폐쇄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본질적으로 자동차 업체들은 최첨단 배터리 공장을 극히 낮은 가동률로 운영하거나, 막대한 투자금을 완전히 상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 미국 배터리 생산 능력이 수요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 


여기에 더해 연방 정부가 주 정부의 이니셔티브에 제동을 걸면서 복잡성이 더해졌다. 2025년 5월, 미 의회는 캘리포니아와 11개 주가 추진한 ‘2035년 내 내연기관차 판매 종료’ 계획을 저지했다. 이는 자동차 업체에 명확한 신호를 준 것이다. 규제에 기반한 수요 창출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결국 소비자가 선택할 때 일어날 것이다.

 

 

4. OEM 전략  변화: 풀가속에서 ‘속도 조절’로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한 완성차 업체의 대응은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공통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전면 전동화 전략, 즉 순수 전기차로의 올인 전략(All-electric)에서 한발 물러나 다양한 파워트레인에 분산 투자(Hedging)하는 것이다.


OEM 대응 사례

 

제너럴 모터스(GM)

한때 2035년 전 모델 전동화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는 리릭(Lyriq)이나 인기 트럭의 EV 버전을 생산하면서도 40억 달러의 예산을 내연기관차 설비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 모델을 포함하도록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여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다.
 

포드(Ford)

포드 CEO 짐 팔리(Jim Farley)의 발언은 전기차 제조 의사결정에 얼마나 막대한 리스크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인센티브를 기대하며 전기차 전용으로 전환한 중서부 공장들에게 생산 세액 공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없었다면 공장을 다른 곳에 지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센티브 철회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것이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결정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해고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텔란티스(Stellantis) 및 BMW

종료되는 세액 공제 혜택에 대응해 자체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현재 보유한 전체 전기차 재고에 대해, BMW는 순수 전기차 모델에 한해 할인을 적용한다.
 

도요타(Toyota) 및 혼다(Honda)

도요타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기 많은 하이브리드와 PHEV에 더욱 집중하고 있으며, 혼다는 신형 전기차인 프롤로그(Prologue) 모델에 상당한 리베이트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수요 둔화가 지속되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공통적인 패턴, 즉 전기차 출시 지연, 공장 전환 연기, 전동화 투자 축소가 관찰되고 있다. 포드는 2023년 이후 전기차 사업에서 130억 달러라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며, 미시간 배터리 공장 가동을 2026년 중반으로 연기하고, 전기차 투자 비중을 40%에서 30%로 낮췄다. 또한 큰 기대를 모았던 F-150 픽업트럭의 전기차 버전(The Lightning) 생산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러한 결정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다. 기존의 물량 약속을 믿고 준비해 온 공급망 전체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전략적 전환점이다.

 

OEM의 전략 방향

 

완성차 업체들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현재의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매끄럽고 선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을 버려야 한다. 대신, 여러 차원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하고 ‘전략적 실용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① 장기적인 공존 체제를 수용하라
내연기관(ICE)과 하이브리드 차량은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최소 10년 이상 BEV와 점유율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전략 수립의 새로운 기준점이다.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아니라,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② 부품 공용화를 무자비할 정도로 추진하라
파편화된 시장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는 핵심은 BEV와 내연기관/하이브리드 라인 간의 부품 공용화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가장 큰 기회는 인테리어 단순화와 디스플레이 표준화에 있다. 선도적인 BEV 모델은 이미 풍부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콘텐츠를 탑재하고 있고, 내연기관 차량에도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인포테인먼트 외에도 도어 핸들, 미러, 시트 등 구동계와 무관한 수많은 부품에서 표준화를 진행해 SKU(품목 수)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

 

③ BEV 라인업을 철저히 선별하라
모든 차종에 BEV 모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기 파워트레인이 확실한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고 예상 판매량이 개발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세그먼트에 자본과 엔지니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때 플랫폼 전략이 핵심이다. 모델별로 별도의 플랫폼을 만들기보다, 하나의 아키텍처로 여러 차종을 지원할 수 있는 BEV 전용 아키텍처를 설계해야 한다.

 

④ 생산 공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라
현재 건설 중인 공장은 파워트레인별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포드의 F-150이나 BMW i4처럼 동일한 조립 라인에서 내연기관과 BEV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유연성은 수요 변화에 따른 선택권을 제공한다. 초기 설계는 더 복잡할지라도, 특정 파워트레인 전용 시설에 묶여 공장이 유휴 상태가 되거나, 가동률 저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리스크를 방지해준다.

 

⑤ 파워트레인 공유 모델을 활용하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형 OEM은 대형 제조사로부터 파워트레인을 공급받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반대로 대형 OEM은 경쟁사에 파워트레인을 공급함으로써 양측 모두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아시아 OEM 사이에서 활발히 일어나는 ‘파워트레인 공동 개발 합작 투자(JV)’도 개발 비용을 여러 제조사가 분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다.

 

⑥ 공급업체 투자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라
불확실한 환경 탓에 공급업체들이 자본 투자를 꺼리거나 여력이 없는 경우, OEM은 리스크 완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량 보장, 선제적 자금 지원, 여러 프로그램을 묶어 발주하는 번들링 등을 통해 공급업체에게 ‘이번 투자가 확실히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공급망 전체가 투자에 극도로 신중해진 만큼, 앞서가는 OEM이라면 공급업체의 리스크 감수를 정당화해 줄 수 있는 계약 구조를 설계할 것이다.

 

 

5. 공급업체:  더 어려워진 현실

 

현재 환경은 공급업체들에게 무척 혹독하다. 기존의 계획, 즉 내연기관에서 BEV 생산으로의 전환은 적어도 방향성만큼은 명확했다. 덕분에 공급업체들은 비교적 간단한 파워트레인 전환 흐름에 맞춰 생산 능력을 설계하고, 자본 투자를 집행하며, 물량 계약을 협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불투명한 타임라인 속에서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라는 세 가지 유형의 차량을 불확실한 물량으로 동시에 생산해야 하며, 각 차량마다 서로 다른 부품과 제조 공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 OEM은 내연기관 물량을 줄이며 순수 전기차 생산에 집중했던 것 대신, 대량 생산 계획에 없었던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 즉, 예상하지 못한 차량을 신속하게 설계하고, 계획과 다른 물량의 부품을 조달하며, 세 가지 서로 다른 파워트레인을 아우르는 더욱 복잡해진 공급망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물량으로 계획했던 배터리 구매는 실현되지 않을 수 있고, 단종 예정이었던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급증할 수 있다.
 

공급업체 입장에서 이러한 시장 파편화는 규모의 경제를 파괴한다. 표준화된 부품을 대량 생산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제는 BEV와 내연기관 제품군 전반에 걸쳐 설계가 세분화되고, 시장을 선도하는 주력 제품조차 판매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한다. 결국 수익구조는 빠르게 악화된다. 각 파워트레인별로 물량은 줄어드는데 고정비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마진은 압박을 받으며, 어떤 기술에 투자를 지속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이처럼 파편화된 시장에서 공급업체가 생존하려면 그만큼 어려운 전략적 선택을 내려야 한다.


공급업체 생존 전략

 

① 고객사와  프로그램을 선별하라
공급업체는 신뢰할 수 있는 수요 예측 이력을 가진 우량(Blue-chip) OEM에 집중하거나, 투자 규모를 줄여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어떤 OEM이 현실적인 수요 예측을 제시하는지, 반대로 비합리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반복해온 기업은 어디인지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견적 단계에서부터 여러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실제 자본을 투입하기 전에 반드시 물량 계약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② EV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리스크를 줄여라
현재 수요 상황을 고려하면 순수 전기차 중심 포트폴리오로의 급격한 전환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경쟁력이 검증된 내연기관 제품군을 유지하면서, 선택적으로 전동화 역량을 구축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 전면적인 EV 전환 대신, 일정 부분 내연기관을 유지하는 전략은 회피가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이다.

 

③ 핵심 역량에 끊임없 이 집중하라
공급업체는 특정 기술 분야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경쟁이 심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철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인접 분야로의 무분별한 확장은 복잡성과 자본 부담을 초래하며, 많은 공급업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신 OEM에 표준화된 부품을 제공하되, 맞춤형 요구 시에는 높은 추가 비용을 책정함으로써 설계 다양성과 비용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게끔 강제해야 한다.

 

④ OEM의 표준화를 이끌어라
OEM이 자발적으로 제품 라인업을 단순화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은 필패 전략이다. 대신 공급업체가 먼저 물량 기반의 합리적인 가격 인센티브를 제안하여 상호 이익이 되는 표준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설계 복잡성이 초래하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통합을 유도할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⑤ 물량 경쟁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무엇보다 이 시장이 ‘볼륨 게임(Volume Game)’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향후 10년간 시장 파편화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임을 고려하여, 공급업체는 결국 OEM의 생산 물량 전략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OEM의 플랫폼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고, 실제로 양산으로 이어질 모델을 선별해야 하며, 수익성을 갉아먹는 비주력 프로그램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


 

6. 앞으로 나아갈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다만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해졌을 뿐이다. 기술 발전, 인프라 확장,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에 힘입어 소비자는 계속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2020년대 초반에 발표되었던 야심 찬 로드맵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느리며 파편화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경영진에게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한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본 배분을 결정할 때, 향후 5년 뒤 파워트레인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제품 포트폴리오는 서로 상충되는 기술까지 포괄해야 하며, 생산 전략 측면에서도 기존 자동차 산업의 경제 논리에서는 배제되었던 ‘선택지(Optionality)’를 구조적으로 내재화해야 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선제적인 OEM일수록 EV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특히 눈앞까지 닥친 중국 업체들의 공세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현재 보호 관세 정책이 제공하는 기회의 창을 활용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업체만이 이 유리한 국면을 선점할 수 있다.
 

무엇보다 OEM과 공급업체는 전기차 전환 시점에 대해 명확한 정답이 존재한다는, 편안하지만 비현실적인 환상을 버려야 한다. "언제 시장이 전기차로 완전히 바뀔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은 단순하다. “점진적으로, 불균등하게, 그리고 지역별로 상이하게 진행될 것”이다. 결국 성공하는 기업은 이러한 복잡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적극 수용하는 기업일 것이다. 즉, 단 하나의 예측된 미래에 모든 것을 거는 대신, 다양한 가능성에 대응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전략을 구축하는 기업이 승리한다.
 

자동차 산업은 연비 규제부터 안전 기준, 품질 혁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격변을 이겨내 왔다. 그러나 전동화로의 전환은 내연기관 발명 이후 가장 근본적인 기술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인내심, 현실적인 판단, 그리고 현장의 변화에 맞춰 전략과 운영 방식을 과감히 수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과감한 약속에는 익숙하지만 전략을 유연하게 바꾸는 데는 서툰 이 산업에게, 어쩌면 이 태도의 변화야말로 가장 어려운 전환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