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arney Insight

MWC 2026 핵심 시사점

2026.05.28

 

MWC(Mobile World Congress)는 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였지만 올해 바르셀로나에서 오간 논의는 그보다 더 깊은 구조적 변화에 대해 다뤘다. 
주요 통신사 패널 토론과 기술 발표, 업계 전반 등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했다. 통신 산업이 이제 기술 혁신, 경제적 경쟁력, 지정학적 판단이 긴밀하게 얽히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2026 MWC에서는 단 하나의 압도적인 트렌드를 제시하기보다 향후 10년의 산업 지형을 결정지을 일련의 구조적 변화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1. MWC 2026에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

 

1) 디지털 주권이 핵심적인 인프라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MWC에서 디지털 주권만큼 빈번하게 논의된 개념도 드물다. 하지만 이에 관한 논의는 과거와 비교해 현저하게 진화했다. 한때 정치적 의제나 규제 차원의 목표로만 여겨졌던 디지털 주권은 이제 점차 핵심적인 인프라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광섬유 네트워크, AI 연산 클러스터, 클라우드 플랫폼, 엣지 인프라, 데이터 센터, 위성 연결성 등을 포함한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통제력이 경제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에게는 특히 중요한 문제다. 유럽 지역은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상당한 투자 격차에 직면해 있는 동시에, 클라우드와 AI 역량의 상당 부분을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MWC 기간 내내 통신사 경영진들이 강조했듯이 주권은 기술적 고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핵심 인프라와 역량을 전략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를 확보하는 것에 가깝다.


이제 통신사의 과제는 단순히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섰다. 대신 더 넓은 범위의 '디지털 스택(Digital Stack)' 내 주요 계층을 어떻게 형성하고 통제권을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2) AI는 보편화되고 있으며,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MWC 논의를 지배했다. 그러나 그 대화의 성격은 변화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생성형 애플리케이션이나 소프트웨어 도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AI는 네트워크 운영과 고객 관리부터 인프라와 디바이스에 이르기까지, 통신 생태계 전반에 내재화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피지컬 AI(physical AI)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의 등장이다. 이는 물리적 환경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동시에 자동화와 자율 네트워크는 실험 단계를 넘어 산업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그 목표는 수작업 개입 의존도를 낮추고, 시스템이 성능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며 사고를 실시간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때 인간 팀은 점점 더 자율화되는 환경을 주로 감독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로보틱스, 자율주행차, 산업 자동화, 원격 운영은 모두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디지털 인프라를 요구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수 밀리초의 지연시간(latency) 차이가 시스템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통신 네트워크, 특히 엣지 컴퓨팅과 저지연 연결성은 다음 AI 물결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다음 전략적 전장은 연결성 그 자체가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엣지에 대한 통제력이 될 수 있다. 통신사업자, 하이퍼스케일러,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은 모두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되는 계층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 계층을 통제하는 주체가 AI 생태계 전반에서 가치가 어떻게 포착되는지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3) 통신 비즈니스 모델은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다.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들은 디지털 생태계에서 가치를 포착하는 데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리테일 네트워크를 포함한 전통적 유통 모델은 점점 더 근본적인 의문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디바이스 생태계와 디지털 플랫폼은 고객 관계를 장악하는 경우가 많다.


AI 기반 커머스의 등장은 이러한 역학을 더욱 재편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디바이스 선택부터 구독 활성화까지 구매 의사결정을 점점 더 중개하게 된다면, 전통적 리테일 채널의 역할은 축소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전략적 전장은 연결성을 넘어 아이덴티티 관리(identity management), 구독 오케스트레이션(subscription orchestration), 데이터 기반 고객 참여로 확장되고 있다. 동시에 신뢰,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안은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AI를 성공적으로 활용해 고객 가치 관리(customer value management)를 강화하고, 가격 책정, 개인화, 유지율을 개선하는 사업자들은 변화하는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4) 유럽의 디지털 비전을 위해서는 통신산업의 건전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MWC에 참석한 많은 업계 리더들은 유럽 통신업계가 마주한 구조적 문제로 전략적 목표와 재무적 현실 사이의 괴리를 꼽았다.


유럽은 디지털 인프라와 AI 개발 나아가 기술 주권 확보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 유럽 통신 시장은 국가별로 쪼개져 있는 데다 규제까지 엄격하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투입한 비용만큼의 수익을 거두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과 같은 시장은 기업 간 통합이 활발하고 투자 여력도 훨씬 탄탄하다는 강점이 있다.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유럽이 꿈꾸는 디지털 비전은 단순히 기술 혁신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는 점이다. 기술뿐만 아니라 통신 산업의 재무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구조적인 개혁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는 커니(Kearney)의 최신 보고서인 ‘2026 유럽 통신 산업: 건전성 강화의 중요성(European telecoms 2026: in need of a health boost)’에서 다룬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5) 인프라 회복탄력성이 새로운 경쟁 우위로 떠오르고 있다.


MWC에서 논의된 또 다른 주제는 바로 디지털 인프라의 '회복탄력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AI 워크로드의 확대는 에너지, 컴퓨팅 용량, 반도체 부품에 대한 막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동시에 지정학적 긴장과 공급망 교란은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따라서 통신사업자와 기술 기업은 혁신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자원 효율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회복탄력적인 공급망, 에너지 효율적인 네트워크, 더 높은 수준의 이중화(redundancy)를 갖춘 인프라 아키텍처는 장기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특히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더욱 중요하다.

 


2. MWC 뒤에 숨겨진 의미

 

이번 MWC에서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슈들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당연히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였던 몇몇 주제들이 이번 논의에서는 유독 조심스럽게만 다뤄졌다. 저궤도 위성(Low Earth Orbit, LEO) 경쟁은 업계 전반에서 분명히 인식되고 있었지만, 이를 정면으로 깊이 있게 다루는 논의는 많지 않았다. 새로운 수익원을 대규모로 만들어내려는 과제 역시 아직은 현실보다는 기대나 목표에 가까운 상황이다. 또한 많은 경영진이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결국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꾸는 논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3. 앞으로의 전략적 선택

 

2026 MWC에서 오간 대화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 통신 산업은 단순히 망을 깔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수준을 넘어 훨씬 광범위하고 중요한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통신사들은 이제 다음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 진화하는 AI 생태계 안에서 자신들을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가?
  • 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와 협력할 것인가, 경쟁할 것인가?
  • 디지털 서비스와 플랫폼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 유럽이 추구하는 기술 주권(Digital Sovereignty) 확립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지만 문제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업계 전반에서 통신사업자들은 이러한 전략적 기회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발목을 잡는 것은 데이터 활용 준비 수준, 기존 레거시 IT 인프라, 조직의 민첩성 같은 더 근본적인 제약들이다. 이런 요소들이 대규모 실행 능력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과제는 두 가지이다. 기본기를 바로잡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기술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경쟁 구도가 급변하는 시기다. 이제는 자사의 전략적 위치를 얼마나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실제로 완수해 내느냐가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