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arney Insight

[Discussion Q&A] 글로벌 K-소비재는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K-Culture의 핵심 서사 분석을 통한 K-소비재의 미래 전망

2025.11.06

 

Discussion

 

본 포럼 주제와 관련하여 CJ제일제당의 김숙진 상무(이하 ‘김’), Kearney의 심현보 부사장(이하 ‘심‘), 고병욱 파트너(이하 ‘고’)가 함께 더 깊은 Insight를 위한 Discussion을 진행했다.

 

  1. K-Business의 서사가 CJ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김: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2011년 처음 CJ제일제당에 입사했을 당시, 이미 비비고(Bibigo) 브랜드가 있었고 CJ푸드빌 레스토랑 사업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해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식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어, 비빔밥을 제공할 때는 고추장은 무엇이며, 샐러드와 달리 전부 나물을 비벼서 함께 먹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정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야만 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한국과 한식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것이 느껴진다. 해외 출장을 가 보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해외 소비자들이 한식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한식 메뉴를 발음대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젓가락질을 할 줄 알고 김치나 고추장을 안다는 것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며 트렌디 하게 여기기도 한다. 한식 사업을 하는 입장으로서 이는 굉장히 긍정적인 효과다. 이제 해외 시장에 제품을 낼 때도, 굳이 김밥이 무엇인지 따로 알릴 필요가 없으며 한국 단어 그대로 ‘김밥’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2. 업무 중 현지 방문을 하며, K-Wave를 체감하거나 목격한 순간이 있는가?  

고: 불닭볶음면 관련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에서 시장조사를 한 적이 있다. 불닭볶음면은 매운맛의 단계가 레벨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레벨에 따라 올라가며, 최고 레벨의 매운맛을 도전하고 먹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지위처럼 기능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미국인의 경우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이 많은데, 불닭볶음면 최고 레벨을 먹으면 
‘레벨 업’ 혹은 ‘스텝 업’했다고 표현한다. 이런 흐름은 앞서 말한 한국의 서사 중 
‘상승 지향 문화’와 맞아 떨어진다. 대부분의 F&B 제품은 다양한 맛을 종류별로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링글스와 같은 감자칩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불닭볶음면은 다양한 맛이 아니라 매운 강도를 수직화해서 출시했다는 점에서 상승 지향적이다. 

김: CJ제일제당도 한국 매운맛의 대표적인 음식인 고추장과 김치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상승 지향 맥락을 담은 제품이 있다. 아직 수출이나 현지 생산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테스트베드를 하고 있는 실비김치 제품인, ‘습 김치’다. 보통 김치는 지역별 기준에 따라 맛을 다양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습 김치’는 매운 맛의 정도에 따라 레벨링을 하는 방식으로 종류를 다양화했다. 현지에서도 불닭볶음면의 매운 맛이 아니라 또 다른 한국의 매운 맛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반응을 봤을 때 실제 비즈니스에서 상승 지향 서사가 통하며, 다른 비즈니스 분야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 K-Wave의 상승 지향적 특성이 글로벌 흥행을 일으킨 계기는 ‘경제 양극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원래 상승 지향적이고 수직적인 세계관이 존재했는데,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양극화되며, 한국의 수직 서사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진 상황이다. 수직 서사 맥락을 가진 또다른 브랜드 사례로, SPC의 파리바게트와 파리크라상이 있다. 파리바게트가 대중적 성격의 브랜드라면, 파리크라상은 조금 더 고가 라인으로 구성함으로써 브랜드에 수직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3. CJ의 글로벌 히트 브랜드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 CJ제일제당 내부에서 성공했다고 인정하는 브랜드는 ‘비비고(Bibigo)’ 하나 정도다. 만두라는 단일 카테고리로 2020년 1조에 달하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비비고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보자면, 첫번째는 글로벌적으로 익숙하게 먹는 음식인 ‘만두’라는 카테고리에 고기와 채소의 밸런스, 얇은 피라는 한국식 만두의 고유한 정체성(Identity)을 잘 담았다는 점이다. 기존에 알려진 아시안 만두는 일본의 교자와 중국의 덤플링이 전부였는데, 한국 만두만의 얇은 피와 풍부한 채소라는 건강한 특징이 최근의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졌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CJ그룹이 가지고 있는 플랫폼을 적절하게 활용했다는 점이다. CJ그룹이 가진 K-Pop 콘텐츠와 아티스트 파워, 여러 컨퍼런스 그리고 CJ컵이나 LA레이커스처럼 그룹에서 주최하고 후원하는 스포츠 행사에서 비비고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이 강력한 효과가 있었다. 


  4. K-Wave는 글로벌 비즈니스 측면에서, 하나의 원산지 효과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원산지 효과를 정확하게 활용하려면 어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가?  
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비슷한 현상들을 관찰하게 된다. 최근 독일에서 개최된 가전 쇼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한 전자회사가 ‘스마트 모듈러 하우스’에 대해 ‘한국에서 시범적으로 개발됐고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청중들이 ‘한국에서 그랬다면 이게 미래의 모습이 맞겠지’하는 태도로 굉장히 쉽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K-뷰티의 시초인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팩트’ 제품의 유행도 마찬가지다. 원래 기초 화장품은 전통적으로 원산지 효과가 중요한 상품으로, 프랑스나 스위스가 원산지임을 강조하면 고가임에도 높은 판매로 이어지곤 한다. 한국의 쿠션 팩트는 이와 달리, 과학적이며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접목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전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난 허브와 미국에서 난 허브가 퀄리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스위스 제품이니까 좋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에서 왔으면 당연히 ‘기술적으로 신뢰할 수 있겠지’라는 원산지 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국내 화장품 회사들이 많이 시도했던 ‘한방 베이스’도 마찬가지다. 중국이나 대만 등 한방 원료를 다룰 수 있는 경쟁 국가가 많지만, ‘한국 제품이니까 당연히 좋다’라는 고객의 믿음이 바탕이 된다. 따라서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을 타겟으로 비즈니스를 한다면, ‘해외 고객들이 이 제품을 왜 사는 것인가’, ‘한국에 대해 의심하지 않고 믿는 것이 무엇인가’와 같은 한국의 원산지 효과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제품에 잘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 

 

  5. CJ 글로벌 사업의 전반적인 사업 전략 방향성은 무엇인가?  
김: CJ그룹의 첫 번째 미션은 ‘사업 보국’이며, 그 중 문화 사업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물론, CJ의 하드웨어 비즈니스도 크고 중요하긴 하지만, 더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소프트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CJ제일제당은 ‘한국의 고유한 문화를 세계에 알려 습관적으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선망하게 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일식이나 중식을 일주일에 한두 번은 먹는다. 이것이 습관이다. CJ제일제당은 식품 비즈니스 기업으로서 미국인이나 타 국가 사람들이 한식을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 습관적으로 찾게 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정통 한식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현지 식문화에서 익숙한 제형이나 방법에 한국의 맛을 더해서, ‘특이하다’ 혹은 ‘신기하다’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 보면, 한국은 온라인 기반이 탄탄하고 SNS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도 많으며, 일반 소비자들도 이미 디지털 마케팅에 익숙하다. 중국도 온라인 마케팅이 보편화되어 있지만, 중국의 경우 폐쇄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반면 한국은 유튜브, X, 틱톡, 인스타그램 등 범 글로벌 플랫폼을 중심으로 움직이므로 한국발 콘텐츠가 온라인을 선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먼저 바이럴 된 콘텐츠들이 영미권으로 퍼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일어난다. CJ제일제당도 전략적으로 한국을 중심으로 더 빠르고 독특한 마케팅 콘텐츠들을 만들고 있으며, 한국에서 바이럴되는 콘텐츠를 해외 법인에 전파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6. 향후 K-소비재의 산업별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심: K-소비재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트렌드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데 이 트렌드 안에서 가치를 잘 포착하는지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경우 Sony Pictures가 제작했으며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되었다. 콘텐츠의 성격이 한국인 것과는 별개로, 실제 한국 기업의 마켓 셰어는 취약하다. 마찬가지로 CJ제일제당의 비비고를 통해 한국형 만두가 광범위하게 인기를 얻으면, 중국 기업이 또 한국형 만두 제품을 만들어서 팔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이 가진 취약점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음식들이 글로벌화되는 과정을 보면, 전제 조건 중에 하나는 이민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민자가 자연스럽게 현지 수요를 만들어내고, 현지화 하는 자연스러운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만약 비비고도 한국에서 한국인끼리 현지화를 시도했다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기업이 K-트렌드 안에서 가치를 포착하려면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생태계 안에 들여오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화된 K-소비재는 오리지널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말고, 넓은 마음으로 수용해야 한다. 이미 K-Pop 산업에서는 수많은 교포 출신의 아이돌을 통해 이 부분을 실현하고 있다. 그들 현지의 언어로 해당 국가의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홍보의 중간 매개 역할을 한다. 

김: 한국에만 살았던 한국인, 다른 문화권에 살았던 한국인, 한국에 살지만 다른 민족인 경우, 모두 각자의 크리에이티브가 다르다. 서로의 관점이 섞이면서, ‘한국 음식이라면 이래야만 해’, 혹은 ‘이렇게 먹어야만 해’ 하는 고정 관념을 무너트릴 수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권자의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다양화하는 것도 사업의 방향성과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7. K-소비재에서 새롭게 부상할 영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 F&B 쪽은 이미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편의점에 가면, 김밥, 소떡소떡이 한국어 발음 그대로 쓰여져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 미디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한국 문화가 공급된 덕분이다. 음식에 이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생각되는 분야는 패션 산업이다.  한국 패션 브랜드들이 아이돌, K-콘텐츠를 통해 노출되고 있으며, 기업이 의도하지 않아도 수출이 되고 있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다. 

김: 패션 산업과 함께, 캐릭터 IP 산업도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캐릭터를 굉장히 독특하면서 매력적으로 잘 그린다. 이미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캐릭터 MD샵에 꼭 방문한다. 이 산업은 앞으로 상당히 커질 가능성이 있으며, 애니메이션 산업으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심: 개인적으로, 잠재성은 높은데 제도적으로 어려운 분야가 헬스케어라고 생각한다. 국민 정서나 사회적 갈등, 제도적 제약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만 있다면 ‘의료 관광’은 산업적 측면에서 잠재력이 큰 분야다. 헬스케어를 관광 콘텐츠, 의료 기기, 문화 상품 등과 잘 결합한다면 발전 가능성과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8. K-Wave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김: 뉴욕의 한식 파인 다이닝 셰프들에게 정기적으로 K-Wave에 대한 현지 분위기를 물어보곤 하는데, 종종 ‘지금이 정점이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K-Wave에 대한 인기가 안정적이지 않으며, 언제 꺼질지 몰라서 불안해하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 문화가 지속적인 대세가 되려면, 문학, 아트, K-Pop, 미디어 콘텐츠의 성공 사례가 주기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성공 사례가 간헐적으로 등장한 뒤 한동안 주춤하곤 한다. 전망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희망이 있다면, K-Wave를 이끄는 모든 업계에서 적어도 10년 이상은 주기적으로 글로벌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고: 문화에 대해 파생적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동시에 코어(Core)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나폴리는 나폴리 피자에 대한 인증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는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만 ‘샴페인’이라고 부르며, 프랑스산 버터 인증 제도를 가지고 있다. K-소비재나 콘텐츠의 글로벌 파생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동시에 오리지널리티의 표준을 지키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 지속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제도적인 노력과 관심,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