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yton Christensen 교수의 고전적인 저서 『The Innovator’s Dilemma』에 제시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정의에 따르면,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인터넷만큼의 파괴력을 가진 기술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활용 범위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성과를 보인다는 점에서는 예외적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GenAI는 더 저렴해지고 사용하기 쉬워지고 있다.
Christensen 교수는 파괴적 혁신을 “기존 선도 기업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고객의 80% 이상의 문제를 해결하며, 초기에는 저평가되지만 점차 기술력이 향상되어 결국 시장을 재편하게 되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는 정말로 ‘파괴적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전기차(EV)의 대표주자인 Tesla가 진정한 파괴적 혁신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Harvard Business School 내 Christensen 교수팀은 Tesla의 전기차가 “고객의 목적(즉,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을 비싸게 달성하는 방식” 이며, 충전 시간, 주행 거리 불안, 충전소 탐색 등 여러 제약을 동반하기 때문에 파괴적 혁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물론 전기차가 휘발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진보이다. GenAI도 이와 유사한 위치에 있다. 즉, 더 빠르고 저렴하게 일을 처리하지는 못할지라도, 사람의 개입 없이 인간 수준의 인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GenAI는 최근 수십 년간 가장 큰 기술적 전환을 가져온 인터넷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이다. 인터넷은 상호작용 비용을 사실상 0으로 만들었고, 전자상거래, 플랫폼 비즈니스, SaaS, 온디맨드 서비스 등 모든 산업의 구조를 바꾸었다. 이는 ‘균일 요금제(Flat Rate)’와 ‘거의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을 통해 가능했던 일이다.
반면 GenAI는 인터넷과 달리 막대한 컴퓨팅 자원과 지속적인 운영비용이 필요한 기술이다.
즉,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기는 하나, 비용 측면에서 완전히 ‘파괴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공장에서 사람을 로봇으로 대체했던 자동화 기술과 더 유사하다. 그리고 공장 자동화와 마찬가지로, GenAI 역시 초기 도입 시에는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유즈케이스부터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1. 기대 이상의 가능성: GenAI 활용의 밝은 면
물론, 생성형 AI는 인터넷처럼 무조건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활용에 따라 효용이 극단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는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기회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비용과 리소스 소모가 지나치게 커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다른 경우에는 사람의 역량을 압도할 만큼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활용처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Tesla의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보다 훨씬 조용하게 주행하고, Ludicrous 모드에서는 제로백(0–100km/h 가속)을 단 몇 초 만에 달성하는 것처럼, 또는 배터리 기반 차량이 중국 대도시의 대기 오염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한 것처럼, GenAI 역시 특정 조건에서는 인간의 노력을 완전히 압도하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효용의 편차는 왜 많은 GenAI PoC(개념 검증)가 바로 사업화(Business Case)로 이어지지 못하는지도 설명해준다. 지나치게 많은 토큰 사용 비용, 기대에 못 미치는 출력 품질, 현실 적용 단계에서의 기술적 실망 등으로 인해실행의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중요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단순히 GenAI가 “인간이 하는 작업을 복제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 작업을 인간의 병목에서 완전히 해방시키거나, 아예 인간은 수행할 수 없던 새로운 과업을 가능하게 만드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2. 파괴적 혁신의 임계점
결국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생성형 AI가 ‘파괴적 전환(Disruptive Threshold)’을 실제로 넘는 상황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즉, 비용, 속도, 역량 측면에서 ‘단계적 도약(Step-change)’을 만들어내는 유즈케이스가 무엇인지 식별하는 것이다. GenAI 기술은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점점 더 많은 활용 사례가 기존의 한계를 돌파하며 ‘진짜 혁신’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지금의 수준을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으며, 그 발전 속도는 여전히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접근(Pragmatic Approach)’은 다음과 같다.
이미 파괴적 전환 지점을 넘어선 ‘스위트 스팟(Sweet Spot)’ 유즈케이스에 집중하라.
→ 명확한 사업성과(Business Case)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
그 외의 분야는, Tesla의 사례처럼 새로운 기술과 가격 조건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Kearney의 경험에 따르면, 어떤 유즈케이스가 ‘파괴적 전환’을 넘어섰는지를 판단하는 3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Superhuman
인간이 할 수 없는 규모 또는 정밀도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모든 콜센터 상담원에게 수년 치 통화 녹취록과 NPS(순고객추천지수)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는, M&A 과정에서 변호사들이 검토할 수 있는 10%의 계약서만이 아니라 전체 계약서의 리스크를 분석하는 것이다.
2. Super data
비정형 데이터라 하더라도 일정한 구조나 패턴을 예측할 수 있고, 동시에 방대하고 고품질의 데이터가 확보되어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콜센터 녹취록은 이 조건에 부합한다. 형식은 일관된 대화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내용은 다양하고, 고객 만족도나 전환율 같은 결과 지표와 연결된 CRM(고객 관계 관리) 데이터와 연계할 수 있다.
3. Super workflow
단순히 기존 워크플로(Workflow)에 AI를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워크플로 자체를 재설계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전기차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우수한 엔지니어링만으로는 부족하며, 충전 인프라, 서비스, 디지털 연결성 등 전체 생태계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생성형 AI도 디지털 워크플로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야 확장성 확보, 학습 데이터 수집, 실행 가능한 결과 생성, 실제 행동 유도 등이 훨씬 수월해진다.
이 세 가지 기준은 오늘날 생성형 AI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활용 사례들을 잘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향후 활용 가능성을 진단하는 프레임워크로도 기능한다. 즉, 어떤 유즈케이스가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지, 조만간 준비가 될 것인지, 또는 당분간은 보류하는 것이 나은지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가 이미 디지털화되어 있고 실시간 응답이 요구되는 콜센터 운영과 같은 업무는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대표적인 활용 영역이다. 그 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자, 테스터, 품질관리(QA) 담당자를 지원하는 활용 사례 역시 매우 적합하다. 소프트웨어 코드는 그 자체로 디지털화되어 있고, 구조화되어 있으며, 반복 패턴이 분명하고 데이터의 양도 방대하기 때문에 AI 학습에 최적화된 훈련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와 유사하게, CRM 데이터와 고객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 마케팅 메시지를 개인화하는 작업 또한 GenAI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즈케이스로 꼽힌다.
3. 이면에 숨겨진 진짜 기회
하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통찰이 있다. 생성형 AI의 활용 가능성이 유독 높게 나타나는 영역(Sweet Spot)이 존재하는 만큼, 반대로 AI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아예 적용이 어려운 영역(Blind Spot)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인간의 인지 역량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 그리고 AI가 앞으로도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이러한 맹점은 AI 적용에 대한 경쟁이 치열한 현장에서 종종 간과되기 쉽지만, 오히려 AI와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시한다. 즉, AI에게는 반복적이고 패턴 기반의 작업을 맡기고, 인간은 본연의 강점인 판단력, 창의성, 통찰력, 공감, 상상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지를 넓혀주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화 마케팅 메시지를 생성하는 수준의 ‘창의적 과업’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이러한 작업은 사실상 일정한 규칙이나 레시피에 기반한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AI가 일상적인 작업에서 사람을 해방시키면, 인간은 새로운 데이터 소스를 재정의하고, 실험 설계와 실행 방식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며,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고 학습 데이터조차 없는 문제에 도전하는 일과 같은 고차원적 창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즉, 진짜 기회는 AI와 인간 각각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인지적 업무 전반을 재설계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협업 구조가 진정한 경쟁 우위의 기반이 될 수 있다.